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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열정가들] 물고기 의사가 내륙에 양식장 차린 이유

2022-11-15

이승원 · 글과 술을 같은 비율로 좋아하는 사람

2022/11/14


“3D 수산양식업? IT로 표준화해 소득, 기후 다 지켜요”

한국수산기술연구원 김민수 대표 인터뷰



                                                                        김민수 한국수산기술연구원 대표. 출처: 한국수산기술연구원



“국내에 물고기를 기르는 양식장이 1000개 있다고 한다면 노하우도 1000가지예요. 20, 30년 된 ‘나만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방식이죠. 이 얘기는 표준화가 안 됐다는 뜻이고, 이렇다 보니 기술 도입, 가격 경쟁력, 효율적인 운용 등이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생산자는 유통 비용을 절감하면서 노력한 만큼 이익을 낼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동시에 환경 오염도 줄이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심각하게 낮은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거예요."

“제가 물고기 의사잖아요. 후배들한테도 이 일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항상 설명하고 있어요.”


이번에 만난 사람은 ‘물고기 의사’(수산질병관리사)다. ‘한국수산기술연구원’ 김민수 대표. 그는 말그대로 물고기들을 돌보고 기르고 치료한다. 2019년 물고기 전문가, 빅데이터,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양식장을 하는 수산업자들에게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수질 관리- 질병 예방 - 성장별 사료 제공’과 같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국내 수산업계에서 스마트 양식 시스템(Smart Aquafarm)을 도입한 곳은 2.5% 수준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김 대표가 ‘넓은 시장’이 열려 있다고 판단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민수 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곳이 ‘연구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이라는 걸 강조했다. 당초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는, 고객이 될 어민들에게 정서적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내 기술을 훔쳐가는 업자’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좀 헷갈려한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도 했다.)  

수산업, 양식업 하면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은 주로 “어렵다, 힘들다” 등이다.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산업보고서 2020)인 한국인들에게 ‘물고기’, ‘생선’, ‘수산물’은 호감도가 높은 단어지만, ‘어업’ ‘양식업’ 등의 단어가 주는 느낌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 이 분야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고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중금속,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방사능 등 크고 작은 이슈로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수산기술연구원은 여기에 주목했다.

(양식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수산물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1월 정부는 ‘스마트 양식 목표(2030년)'를 발표했다. 수산업 매출 약 100조 원 달성, 평균 어가 소득 연 8000만 원 달성, 양식장 50% 이상 스마트화, 수산업 일자리 4만 개 창출 등을 목표로 밝혔다.)

김민수 대표와는 9일 온라인으로 대화했다.


— 인터뷰를 준비하다 대표님 전공을 살짝 봤더니 ‘수산생명의학’이더군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전공 따라가는 건 아닌데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는데, 동남아에서 새우 수입을 하는 사업가 분을 알게 됐어요. 그 분을 만날 때마다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어느 날 보니 차도 바뀌어 있고…(웃음) 그런데, 그 분이 저를 만날 때마다 수산양식업을 ‘글로벌하게’ 키울 수 있다며 설득하시더군요. 이후 대학에서 어류 질병을 관리하고 처방하는 의사가 됐고, 이 분야를 파고 들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김 대표는 다른 인터뷰에서 “48조 원 규모의 세계 새우시장 중 30조 원이 아시아 시장에 있는 걸 알고 글로벌 수산 양식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수산양식업은 그래도 좀 어렵지 않나요? 진입 장벽도 높고….


“동원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기업이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부산 출신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대부분 영세업체 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수산양식업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게 됐죠. 창업을 꿈 꾸면서 군대도 해군을 지원했어요. 2년 2개월동안 배를 타면서 의지를 다졌다고 해야 할까요.”

 — 해군 지원까지 하셨다니 상당한 각오를 하신 건데 실제 사업을 해보니까 어떤가요?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많을 듯한데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사람들의 인식이예요. 3D 업종이라는 인식, 저물어가는 1차 산업이라는 생각에 많이 부딪혔어요. 두 번째는 수산업 자체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기술이나 노하우 등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특히 처음 시작하려는 초보자나 젊은 사람들에겐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는 뜻이죠. 또 하나는 역시 고령화 문제. 나이 드신 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되다 보니 새로운 기술 도입이 어려운 구조라는 걸 알게 됐죠.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수산양식업에 대기업 진출을 원칙적으로 막아서 기술 발전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일부 품종은 대기업 진출이 가능해졌지만요.”

 (정부는 오랜 기간 영세 양식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진출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어업의 낙후화, 노후화 문제가 대두됐고 논쟁과 논의 끝에 참치나 연어 양식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일부 품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게 됐다(2020년 8월 '양식산업발전법 시행령 제정안’ 시행).)


                                                                              출처: 한국수산기술연구원


— 인식과 현실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대표님이 현장에서 느끼기엔 어떠셨나요?

“국내에 물고기를 기르는 1000개의 양식장이 있다면 노하우도 1000가지예요.  20, 30년 된 ‘나만의 노하우’에 의존하는 방식이죠. 이 얘기는 표준화가 안 됐다는 뜻이고 이렇다 보니 기술 도입, 가격 경쟁력, 효율적인 운용 등이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  양식장 숫자만큼이나 노하우가 존재한다니 좀 놀라운데요. 대표님의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군요.

“네. 결국 표준화가 핵심입니다. 세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양식장의 표준화, 운영 소프트웨어 표준화, 그리고 데이터의 표준화예요. 먼저, 양식장에 가보면 수조 크기부터 배관 구조나 크기까지 제각각입니다.  외국에서 비싼 제품, 자재 등을 수입(센서, 필터 등 대부분 기기 등 95% 수입에 의존한다)해서 양식장을 지어 놓으면, 그만큼 다양한 어종들을 키우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한 어종만 특화해서 물고기를 키우는 게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에요.”

— 새우면 새우, 송어면 송어, 이렇게 하나만 기른다고요? 밭에 가면 고추도 있고 감자도 있는데?

“양식업은 아직까지 대부분 그런 상황이예요. 양식장을 건축한 뒤에 주로 한 어종만 집중적으로 키우다 보니 비용만 높아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저희들의 솔루션은 ‘표준화된 양식장’, 그러니까 하드웨어를 구축하기만 하면 그 이후 양식에 필요한 수질 관리, 성장별 사료 제공, 질병 관리까지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어디서든, 누구든 할 수 있도록.”

—  어종 전환, 그러니까 예를 들면 새우 키우다가 연어도 기르고, 연어 기르다가 송어도 기르게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데이터만 변경하면 어종 전환이 가능해요. 물론 말씀하신 새우의 경우 80%, 연어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요.”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국내 연어 양식상 사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연어 시장은 연간 60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약 90%가 양식으로 생산된다.)

— 양식장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하게 되면 근본적으로 뭐가 달라지는 거죠?

“표준화되면 일단 진입 장벽이 낮아져요. ‘양식업은 어렵고 고생스럽다’고만 생각하지만 이런 솔루션을 이용하면 오랜 노하우 없이 초보자들도, 더 나아가서 장애를 가진 분들도 운영이 가능해져요.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한, 제가 부산에서 자라면서 느꼈던 것처럼 생산자가 제대로 된 보상이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양식업을 ‘누구든’ 시도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서든’도 중요해 보입니다.

“요즘 기후변화 얘기 많이 하잖아요. 실제 일부 섬나라들은 잠기고 있고 기후변화 때문에 어업 환경을 예측하기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양식장이 대부분 바다 근처에 있어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잠복해 있는데 첫째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돼서 폭염, 가뭄, 폭풍 등에 속수무책이라는 겁니다. 두 번째는 어느 한 쪽 양식장이 오염되면 그 옆에 있는 양식장들까지 피해를 봐요. 바다 오염도 그만큼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 예측가능하고, 컨트롤 가능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지금처럼 바다 인근에 양식장을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육지로 끌고 올라올 수 있어야 해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됐고 얼마 전에는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그대로 버린다고 했잖아요. 불안해서 누가 먹겠어요. 바다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고 육지, 내륙에서 양식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희들이 하는 게 그런 일이에요.”

—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강원도 춘천에 양식장을 차리셨더군요. 저는 강원도, 춘천 하면 한우나 목장, 닭갈비가 먼저 떠오르는데 거기에 양식장을…?

“바다 근처가 아닌 내륙 지방에서 양식장을 차려 놓고 테스트하는 중이예요. 일단 작은 평수(수조 약 30평)로 시작했는데 지금 기르는 건 바다 새우입니다. 지금까지 약 10배의 생산성 증가를 확인했어요. 생산량 증가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다른 내용입니다. ‘생산자는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노력한 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소비자는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고 동시에 환경 오염도 줄이게 되죠. 한편으로는 심각하게 낮은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어요.”

(‘식량위기 대한민국’의 저자 남재작 박사에 따르면, 한국은 곡물자급률이 20%, 식량자급률이 46%로 매우 낮다. 농식품을 수입하기 위해 매년 40조 원을 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외부 변수나 요인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우리는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소비량 증가에 따라 한국의 수산물 자급률도 2001년 82.4%에서 2019년 68.4%로 감소세다. 수산물 자급률은 식탁에 올라가는 식용과 함께 축산 및 어류 사료 등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 요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환경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환경, 유통 부분과 관련해서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좀 더 설명해주시면요?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먹는데 대부분 수입이에요. 운송할 때 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비행기의 경우 수산물(식재료) 1t을 1km 옮기면 약 1.5kg의 탄소를 배출하게 돼요. 일례로, 1년에 연어를 6만 2000t 정도 수입(2021년 현재)하는데, 상당한 탄소를 배출한 뒤에 우리가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거예요. 만약 이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고, 예를 들어 인구 30만 명 이상 도시 근처 혹은 내륙 지방에 다양한 양식장을 세워 직접 생산한다면, 이 모든 비용과 오염을 동시에 줄일 수 있어요.”

(한국인들은 물고기를 정말 많이 먹는다. OECD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은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68kg로 전 세계 1위다. 세계 1인당 평균 소비량이 20.5kg라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소비량이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직접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결국 비용이 든다. 기업들은 비용이 발생하면 당연히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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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원 소풍벤처스 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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